권대우의

[권대우의 경제레터] "오래 사는 것보다 중요한것"

[아시아경제] 기사입력 2008-08-04 08:55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의학박사인 오브리드 그레이는 "현재 생존해 있는 사람 중에 1000살의 수명을 누릴 사람이 60명은 나올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21세기 무드셀라(구약성경에 나오는 인물로 969살까지 산 것으로 기록돼 있음)가 나오는 것입니다.

1000살까지는 아니더라도 120살 이상 살 수 있는 시대는 조만간 도래한다는 게 학자들의 견해입니다. 이때가 되면 배터리를 갈 듯 장기(臟器)를 교체할 수있다고 합니다.

'노화는 생존을 위한 진지한 노력의 결과이며 주어진 삶 속에서 꽉 채우며 살다 죽는 게 장수' 라며 인위적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쨌든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거역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장수 혁명시대, 이제 수명 100세는 현실이 됐습니다. 정년퇴직을 해도 30~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무서운(?) 시대입니다. 이런 점에서 장수는 소망이요, 기쁨이요, 도전인 것이지요.

장수가 도전인 까닭은 왜 일까요.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하며 오래 살 것 인가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삶의 태도나 철학을 생각하지 않고 단지 오래 사는 것에만 집착하는 건 결코 소망스럽지 않습니다.

얼마 전 소설가 이청준씨가??당신들의 천국??으로 떠났습니다. 암 투병 중이던 지난 해 11월 이청준은 마지막 소설집《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를 발표하면서 "부끄럽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석양녘 장 보따리 거두는 심정으로 책을 꾸몄습니다. 소설을 더 욕심 낼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보니까 부끄럽습니다. 제목에 대해 부끄럽고, 이웃에 대해서도 부끄럽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 편만 더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말로 마지막 소설집을 내는 소회를 털어놓았습니다.

이청준씨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의 랜디 포사 교수가 췌장암으로 타계했습니다. 그는 마지막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종양이 퍼진 CT 사진을 보여주면서 "저도 이 상황이 역겹습니다. 치료를 받으면서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우울하진 않습니다. 동정도 받고 싶지 않습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곧 죽을 테지만 그 누구보다도 체력은 튼튼하다"며 팔굽혀펴기를 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병마와 싸웠던 한 사람이 있습니다. 암 수술을 받은 뒤 부산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서 요양하고 있는 이해인 수녀입니다. 그는 "2주만에 퇴원을 하고 다시 보는 저 하늘, 거리,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퇴원을 앞두고 병상에서 팬 카페 '민들레 영토'에 글을 올렸습니다.

사랑의 관심과 기도에
깊이 감사 드리면서
잠시 작별인사 드립니다.

이별은 기도의 출발
이별은 만남의 시작…

사막을 걷다 보면
오아시스도 만날
희망이 있겠지요?

민들레 솜털 같은 희망을
온 누리에 전하는 여러분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안. 녕. 히!

이청준, 랜디 포시, 이해인. 두 사람은 세상을 떠났고 한 사람은 "다시 보는 저 하늘이 더욱 새롭다"며 감사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삶에 대한 집착은 없었지만 애착은 있었다는 것, 이것이 세 사람의 공통점입니다.

장수는 도전입니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하루 하루를 더 소중하게 살아야 합니다. 이청준이 마지막 소설을 쓰듯이, 랜디 포사가 죽음을 앞두고 팔굽혀펴기를 하듯이, 이해인 수녀가 새로운 마음으로 하늘을 보듯이, 그렇게 하루를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8월 첫 월요일 입니다. 폭염속 비지니스 현장에서, 휴가지에서'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하던 내일'이라는 말을 마음속에 담으면서 출발하면 어떨까요?'
이코노믹리뷰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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