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美교수'아름다운 이별式' 세계를 울리다

마지막 강의/랜디 포시 지음ㆍ심은우 옮김/

살림출판사 발행ㆍ288쪽ㆍ1만2,000원

 


장병욱 기자 aje@hk.co.kr 

아이들에게 줄 곰 인형을 산 뒤

18개월 된 딸에게 우유를 먹이며

힘든 화학요법을 받던 때 벌인 배트맨 쇼

공원에서 가족과 함께

“갑자기, 끝내야 할 다른 많은 일들이 생겨났다.” 생의 종착역은 느닷없이 들이닥쳤고, 그는 일도양단의 선택을 강요당했다. 일이냐, 가족이냐? 시간은 촉박했고,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 그 상황에서, 그는 진정한 자기만의 것은 과연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미국에서만 한 해 동안 3만7,000명의 목숨을 앗는 불치병 췌장암에 걸린 랜디 포시(47)는 남다른 생각을 했다. 삶의 마지막 관문 앞을 풍성한 꽃으로 장식하고 싶었다. 그는 자신을 사회적으로 규정하는 여러 표식들, 즉 ‘대학 교수, 컴퓨터 과학자, 남편, 아버지, 친구, 형제, 학생들의 멘토’ 중 과연 어떤 역할이 자신을 남과 다른, 유일무이의 존재로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인지 생각했다. 한마디로, 그는 엄청난 절망 앞에서 발가벗겨진 것이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 공학 교수인 그는 자신의 일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2007년 9월 18일 피츠버그 캠퍼스에서 학생과 동료 교수 등 400여명 앞에서 생애 단 한 번의 강의를 펼쳤다. ‘마지막 강의’.

 

죽음도 멈추지 못한 강의는 그렇게 시작됐다. 유쾌한 웃음으로 시작하더니 머잖아 울음바다로 뒤덮인 그 강의는 유튜브를 타고 빛의 속도로 전파됐고, 독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으로 제작돼 1,000만 여명의 시청자 수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항암 요법의 부작용 때문에 어떤 사태가 벌어질 지 몰라,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무대에 올랐을 정도였다. ‘췌장암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하러 온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며 강단에 올랐다. 그러나 중국계 부인 재이와 3명의 자식들이 보내는 뜨거운 응원에 그는 고통을 잊었다.

 

솔직히 드러냈다. 환부를 찍은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10여개의 종양을 본 의사들이 3~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며 시한부 선고 사실을 청중에게 말했다. 허를 찔렀다. “여러분이 생각한 만큼 내가 낙담해 있거나 침울해 보이지 않는다면, 실망시켜서 미안해요.” 청중은 공감의 웃음으로 답했다.

   

진단 후 6개월내 사망하고, 96%는 5년 안에 숨진다는 병을 선고 받은 2006년 여름이었다. 담안, 췌장, 위, 소장의 상당 부분이 절제됐고 엄청난 화학 약품과 방사선의 세례를 받아야 했다. 이 책은 병실의 절망과 소독약 냄새를 고스란히 전달한다는 점에서 일반 투병기와 유사하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극복할 힘을 찾아가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이 난다. “나의 마지막 강의가 인터넷에 퍼져 나가면서 친구들은 나를 놀린다고 ‘성자 랜디’라고 부르곤 한다. …(중략)…늘 배려해 주고 쓰디쓴 충고일지라도 사랑을 담아 전해주는 분들을 만난 것은 내 인생의 행운이다.”(101쪽) 시련 속에서, 꽃은 더 빛난다.

 

‘강의’는 끝나지 않았다. 같은 해 10월 미국의 인기 TV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에 초대돼 미국을 적셨고, 이듬해 4월 ABC 방송은 투병기와 ‘강의’ 내용을 특집 방영했다. 한국계 풋볼 스타 하인스 워드와 연습 경기를 해 미식축구리그(NFL)에서 뛰고 싶었던 어릴 적 꿈도 방송을 통해 이뤄질 수 있었다. ABC 뉴스가 선정한 ‘금주의 인물’로 지명되더니, 이 책은 아마존의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은 ‘악의 축’일지 모른다. 외부의 그러한 적대적 시각에다 별의별 일탈과 범죄 등 끊이지 않는 외우내환에도 불구, 미국은 왜 여전히 건재하는가. 이 책은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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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6/21 03:19:54

Posted by 살림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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